보통 때라면 금요일에 부산으로 향했겠지만, 점점 떨어지는 체력으로 무리한 일정은 수행치 않겠다는 무의식이 내 모든 일정을 지배했다. 광클을 하며 예매를 마친 이후 약간 지쳤고, 교통편을 알아보다가 또 지쳤고, 돌아올 것을 미리 걱정하며 더더더 지쳤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잠시 흥분이 사라질 때가 있는데 갈수록 그 기간이 길어지고 자주 찾아온다. 하지만 영화제에 내가 참여하는 순간부터는 내년에는 모조리 볼테야!를 외치고.
오전 9시에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부산역으로 향했다.
도착한 시각은 11시 50분이었고, 역을 나오자마자 좌측에 있는 토요코-인 호텔에 체크인을 미리 해두고 짐을 맡겨 두었다.
토요코-인 호텔 직원이 행사기간이라며, 회원권을 만들라며, 30% 할인을 해주겠다며! 온갖 유혹의 말을 늘어놓으셨고, 나는 또 그 덫에 발을 살짝 얹었다. 내년에 또 여기 올거라는 생각으로! 부산에 누구 연고를 만들기 전까지는 내내 이렇게 떠돌아야하니까!
1일 숙박료가 7만원(더블)이었는데, 할인해서 2박에 11만 5천원 정도를 지불했다. 아침 식사도 주는 곳이니까 나쁘지 않다. 깔끔하고 부산역하고 가까워 교통이 좋은 편이지만 영화제에 적합한 위치는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80% 정도 만족했다.
좌석버스를 타고 해운대로 고고씽.
가자마자 '나는 비와 함께 간다' 오픈토크를 보겠다고 발에 모터라도 달은 듯 열심히 걸었다.
이미 해운대 오픈토크장은 인산인해였고, 키도 작고 몸도 작고 마음도 작은 나는 제일 뒤에서 구도를 잡아봤지만 만족할 수준은 아니었다.
기무라 타쿠야, 이병헌, 조쉬 하트넷 순으로 입장한 그들은 그 순서대로 앉았고 열렬한 성원 속에서 오픈토크를 했다.
전날부터 밤을 새우며 그들을 1cm라도 더 가까이 보겠다고 기다린 팬들이 수십 명이라고 했다. 일본의 이병헌 팬들은 아르바이트를 써서 자리를 맡았다고 하였다.(시간당 7천원 수준이라는군) 정성이 부족한 나 따위는 먼 발치에서 얼굴이 점 만하게 보여도 할 말이 없다. 잘 나오지도 않는 사진기 셔터만 수십 번 누르고, 밥 먹으러 이동했다.
s씨와 나는 아침을 굶었고, 열차 안에서 초코하임과 커피, 소세지 등을 먹었지만 제대로 된 식사를 못했다. 도착하자마자 끼니를 해결했어야하는데 기무라를 보겠다는 내 신념에 s씨 위장이 혹사를 당한 것.
바로 앞에 보이는 회전초밥 집에서 맛있게 생긴 건 다 골라 먹었다. 재작년에 혼자 다닐 때 이곳에서 몇 번 끼니를 해결했다. 회전초밥 집은 혼자 먹기에 안성맞춤이다.
식사하고 롯데씨네마로 이동, 첫 날 두 편의 영화를 보았고, 영화 이야기는 이제 시작!
외톨이 : 레넨 쇼르 감독
작품의 시놉, 이스라엘이라는 배경이 예매하게 한 작품이다. 상영 전 감독의 이야기가 짧게 있었다. 영화가 끝나자 옆에 앉아 있던 관객이 '민폐형 캐릭터'라고 주인공 중 한 명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지적대로 민폐형 캐릭터가 나와 모든 문제를 야기시킨다. 카프카의 말처럼 문제적 인물이 있어야 서사가 시작되고 완결된다. 왜 러시아 출신이 이스라엘 군에 입대하는지 역사 정치적 배경이 없었던 나는 서울에 돌아와 빵군에게 이 궁금증을 물었다. 유태인들이 대거 러시아 망명을 했던 때가 있었다 한다. 알고 봤으면 좋았을 것을!
영화 끝나고 극장이 위치한 롯데백화점 식당가 한정식 집에서 식사를 하는 중에 세상에...레넨 쇼르 감독이 입장(홀로)했다. 감독은 내 자리의 대각선 방향에 앉았는데 내가 먹고 있던 육개장을 시키더라. '매워서 잘 먹을 수 있을까?', '육개장이 뭔지는 알고 시킨 것일까?' '아니 왜 혼자 온 걸까?' 등등 걱정을 하며 내내 감독을 예의주시했다. 생각보다 잘 드시더라. 가서 영화 잘 봤다고, 흥미롭다고...말해주고 싶었는데...ㅠㅠ 스피쿠스 더 열심히 해야겠다.
두꺼비 기름 : 야쿠쇼 코지 감독
감독이지 배우인 야쿠쇼 코지를 비롯해 일본의 유명 배우가 대거 출연해 깜짝 놀랐다. 호랑이 고약을 바르면 다 낫는다는 약장수가 있듯 일본에는 두꺼비 기름의 효용성이 전설처럼 전해지는 듯. 칼로 베인 팔에 두꺼비 기름을 바르면 낫는다는, 그래도 더 피가 나면 두꺼비 기름을 더더더 발라 너무 두꺼워져 피가 나오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까마득한 시절이 떠올라 웃음짓게 만든다. 그러나 나는, 이야기의 본질과 상관없이 타쿠로의 여친이 마음에 안들어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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