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군 생일 by 릴라

빵군 생일이었던 어제 저녁, 모처럼 신사동 가로수길에 갔다.
최초의 목적지는 가로수길에 있다는 라멘구루였는데, 위치를 정확하게 안보고 간 탓에 결국 찾지 못하고, 유노추보를 갔다.
카메라는 또 집에 모셔두느라 폰카로 촬영을 몇 개 했는데, 나중에 훤한 시간에 가서 입구부터 사진을 좀 찍어볼 생각.


이곳은 가로수길을 들를 때 가끔 지나치게 되는 곳이었는데 늘 줄을 서 있었고, 뭔가 상당히 전문가스럽다고나할까...포스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어제는 때마침, 테이블 하나가 비어서 바로 앉을 수 있었다.
빵군은 야끼우동, 나는 시저튜나샐러드, 그리고 병맥주 두 병을 시켜서 조촐한 만찬을 시작함.
토마토 익힌 것을 주었고, 그걸 안주삼아 맥주를 마시고 있으니 야끼우동(13,000원)이 나왔다. 실망할 것도 감동할 것도 없는 맛이라고나 할까. 시저튜나샐러드(17,000)은 참치를 살짝 구워서 내오는 것인데, 각종 채소와 함께 먹으면 되는 듯! 하지만 두 점 먹고나니 좀 느끼했다. 역시 참치는....그런데 이 샐러드는 뭔가 조화롭지 못하다는 빵군 의견이 있었는데 말 듣고 나도 동감하였다. 백김치는 정말 맛있었다.

식사 마친 후, 도보 행진하다가 내가 커피를 마시겠다고 우겨서 커피빈 야외 테라스에 앉았다.
앉자마자 선물을 줬더니 고마워서 우는 척, 하는 빵군. 호기롭게 일어나 커피를 사겠다는데 나는 커피빈에서 '더블샷'을 먹겠다고, 초콜렛 맛으로 가져오라고 주문했다. 빵군이 여기도 더블샷이 있어? 해서 응! 있어!
조금 뒤...가지고 온 컵이 완전 커서 '이거 더블샷 맞아?' 했더니, 맞댄다. 영수증에는 아이스 더블 초콜렛인가 아이스 초콜렛 더블인가로 찍혀 있더라. 그래도 내가 잘못 시킨거라고, 바꿔오라고....하다가..정신이 들었다. 아, 여기는 스타벅스가 아니지..ㅠㅠ 정말 맛이 간 것 같다.
생일 이야기로 시작해서 내 치매로 끝을 맺는.

추석 연휴 정리 by 릴라


10월 2일, 금요일 아침엔 송편 빚을 쌀가루를 빻으러 떡집에 가야해서 조금 일찍 일어났다.
세수도 안하고 엄마랑 같이 무거운 짐들을 차에 싣고 약 1km 내에 있는 방앗간에 갔었다. 뭐 이런 심부름이라도 해야 연휴 내내 무사할 수 있다. 그리고 바이올린 연습을 하려는 찰나 어르신들께서 집에 대거 오시는 바람에 부끄러워 연습도 못하고 침대에 등 딱 붙이고 있다가 레슨받고 집에 돌아와 또 침대에 등 딱 붙이고 숏버스를 보고 플래시게임을 두 시간한 뒤 잠을 잔 것 같다.

10월 3일, 토요일에는 허리가 아플 때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침 차례는 다 끝났고, 친척들 모두 떠난 시간이 오전 11시 정도. 나는 소파에 누워 리모콘을 정처없이 눌러대다가 커피를 마시고 밥을 먹고(아직 세수도 안한 상태) 있는데 큰 언니네 가족이 입장하는 바람에 정신을 수습했다.
두 조카를 번갈아 보고 윤서조카가 '$@!#@%^%$#@$#@$##@!#$', 이런 말을 하길래 데리고 놀이터에 가서 사진도 찍어주고 미끄럼틀에서 세 번 정도 같이 미끄러진 뒤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특A급이라는 등심을 11명의 가족이 배불리 먹는 동안, 나는 윤서조카에게 고기를 잘게 썰어주는 역할을 담당했다. 집게 손가락과 엄지 손가락을 이용해 고기를 입에 채워넣는 속도는 마치 기계처럼 빨랐는데, 아아 속도 따라가기 힘들었다. 형부와 언니는 윤서가 고기를 잘 안먹어 걱정인데, 오늘은 잘 먹는다고 말했고. 나는 그 칭찬에 부응하기 위해 고기를 더 열심히 잘라야했다. 윤서조카도 이를 알아들었는지 기계적으로 고기를 집어 먹었다. 덕분에 배가 볼록해졌는데, 내 마음이 뿌듯해지더라..아핫. 마지막으로 그 녀석 목욕까지 시켰는데 물놀이 하며 나오지 않겠다는 아이를 위해 장난감을 넣어서 같이 놀아주며 토요일을 보냄. 딱 귀여울 때인 듯.

10월 4일, 일요일 역시 또 허리가 아플 때까지 자다 일어나 '출발 비디오 여행' 800회 특집을 보며 외출 준비를 했다.
청계천 베스킨 라빈스에서 바닐라&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먹고, 길고 지루한 토론(다툼인가?)을 하다 영화를 보고 명동교자에서 칼국수와 만두를 먹고, 가베두림에서 커피를 마시며, 또 길고 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나는 대체로 행동과 말을 해석하려고 하는 편인데, 애인은 그 행동과 말을 해석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한 것 같다. 어떻게 해석없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일까. 내가 이쯤에서 포기하고 정말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길고 집요한 고민이 시작되었던 어제 늦은 시각. 집에 도착할 즈음부터 문자로 전화로 애인이 싹싹 빌기 시작했다.(이 친구는 빌 때는 또 입 속의 혀처럼 빈다) 이 용서를 구하는 제스처는 오늘 아침까지 계속되었는데,이럴 때 그 행동과 의미를 다시 해석하게 된다.

Los Abrazos Rotos by 릴라

부서진 포옹
페넬로페 크루즈,루이스 오마르,블랑카 포틸로 / 페드로 알모도바르
나의 점수 : ★★★

2009.10.04 오후 5시 5분
광화문 씨네큐브

오매불망 기다리던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영화 Los Abrazos Rotos(한국 개봉제목은 뜻이 와닿지 않아서..)를 보았다.
페넬로페 크루즈는 한층 더 아름다웠고, 감독 특유의 캐릭터를 다시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나는 그가 만들어내는 캐릭터의 엉뚱하지만 성숙함이 좋다.
'그녀에게', '나쁜교육', '귀향'이 주는 감동을 생각한다면 이번 작품은 다소 평이했지만,, 몇년 만에 극장에서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감개무량하다. 나는 이런 작은 것에 감동받는...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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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희망이 되어줄께